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의 S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11월 02일, 2022 by 이 서정
몇 년 사이, ESG의 부상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났다. 약 반세기전부터 그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윤리경영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조직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 중 S(Social)가 내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이라는 개념은 조직에게 일정 책임을 부여하여 조직이 윤리경영을 강조하는데 근거가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목 아래에 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조직이 몸 담고 있는 지역에서 자선사업을 한다거나 어느 단체에 후원을 한다거나 하는 내용이 주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활동들이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2022년 9월 12일 포브스에“Finding A Balance Between Corporate Growth And Social Responsibility”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닉 그린 Nick Green (Forbes Council의 멤버이자 managing director of Elite Wine & Whisky)이 투고한 이 글은 기업이 어떻게 하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언뜻보면 이 글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여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흔한 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글에서 발견하게 될 핵심은 아래 문장이 설명해 주고 있다.
Make sure to align both sustainability and social development goals within your business. Getting clear on your goals will allow you to identify how to incorporate initiatives that are suitable for the growth of the business as well as giving back to customers, investors, society and the environment.
여기선 지속가능경영 목표와 사회 발전 목표의 일관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전략과 윤리경영(또는 관련 활동들)의 목표가 서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도 볼 수 있다. (해당기사 보러가기: https://www.forbes.com/sites/forbesbusinesscouncil/2022/09/12/finding-a-balance-between-corporate-growth-and-social-responsibility/?sh=252e60906d41)
1. 사회적 책임의 뜻과 조직의 책임 획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정의에 대해 여러 얘기가 많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새우는 사회적 책임은 그 뜻이 획일적인데,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속한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식의 접근은 실질적으로 기업의 경영전략과 일관성 있는 윤리경영 목표를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CSR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건 “책임”이지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CSR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본질을 명심해야 한다.
Point 1. CSR은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끼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책임의 범위를 말하지 는다. 이는 당연한 것이, 기업이 그 일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와 같은 정의에서는 조직이 순차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보일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자신들의 경영활동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문제가 있는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그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장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조직의 임직원부터 이해관계자, 사회, 환경까지 끼칠 영향을 고려해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 획정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이 경영활동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 중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리스크가 큰 부분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2. 전략적 목표 수립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획정했다면 CSR활동의 목표 수립은 기업의 경영전략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경영전략은 곧 경영활동에서 나타난다. 폐수관련 문제로 늘 비난받는 기업이 물 정화 시설을 세우고 꾸준히 수질 오염 개선 활동에 앞장선다는 예시가 흔하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면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폐수 방출이 불가피하고 이 영향으로 수질이 오염되기 때문에 수질 개선을 CSR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기업전략 또는 활동과 관련있는 CSR경영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물론 기업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경영활동과 무관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앞선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효과에 대해서 기업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독에 물을 부어도 어느 한 쪽에서 새어나가는 모양새일 가능성이 크다. 그 구멍들이 여러개일 경우엔 더더욱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며 오히려 기업에게는 금전적 손해로 남는 경우가 많다. (위 닉 그린의 글에서 든 예시도 찾아보기 바란다. 보다 전략적인 예시를 보여준다)
3. CSR 활동이란
실제로 누구보다 다양한 선행적 활동을 하면서도 욕을 먹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이에 대해 마누엘 G. 벨라스케즈는 자신의 저서 Business Ethics (기업윤리,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옮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윤리적인 행동이 반드시 회사에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비윤리적인 행동이 늘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기도 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따라서 도덕적인 행동이 최선의 장기 전략이라는 의미는, 장기적으로 볼 때 도덕적인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는 뜻이다 (p.20-21).
Point 2. 윤리적 행동이 반드시 회사에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비윤리적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을 막고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CSR활동들은 그 의도가 어찌됐든 ‘좋은 활동’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들이 회사에 적어도 투자가 아닌 손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이미 윤리경영을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하거나 리스크관리의 일환으로 삼고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CSR 활동은 더욱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궁극적으로 기업이 바라는 사회적 책임 내지는 나아가 ESG의 S와 관련된 활동들을 내새우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