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상생협력 VS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3월 07일, 2023 by 이서정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이하 공정거래CP) 보다 더 익숙한 개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상생협력을 통해 국가 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균형있는 경제 생태계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를 꼽는다. 그래서인지 동반성장/상생협력과 관련된 대부분의 활동들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관련법 (특히 하도급법) 준수 및 여러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이 공정거래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공정거래CP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동반성장은 일찍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으며, 공정거래CP는 가장 최근까지도 법적 근거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정거래CP 도입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의 관련성 덕분에 현실적으로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 활동을 활발히 하는 기업일수록 공정거래 CP를 구축 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런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기존의 동반성장/상생협력 모델에서 효과적인 공정거래CP를 구축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1. 전사 CP체계 구축이 0순위, 동반성장, 상생협력은 프로그램 명칭일뿐
공정거래CP와 동반성장 모델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후자는 여러 활동 및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동반성장 win-win growth 은 해외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동반성장보다는 ‘공급망 관리’라는 개념이 더 자주 쓰이며 동반성장의 대부분의 개념 및 관련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공급망 관리는 기업의 여러 ‘리스크 관리’의 대상 중 하나로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주요 관리 대상으로 여겨진다. 넓은 의미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단순히 법적 규제만을 지키는 게 목적이 아닌 만큼 거래 상대방 넓게는 제3자까지 각종 법규 및 기준들을 지키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체계는 기업의 (독립적인) 하나의 ‘리스크 관리 체계’로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CP를 토대로 조직의 CP체계를 구축했다면 그 안에서 동반성장 활동들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가장 유의할 점은 공정거래CP를 ‘또 하나의 모델’ 로 인식하여 동반성장 체계와 공정거래CP 체계 두가지 체계를 별도로 운영하는 참사(?)를 피하는 것이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이다.
2. 프로그램 활동 식별, 중복 또는 상응하는 내용을 파악하자
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 구조를 보면 동반성장 관련 활동과 CP관련 활동의 중복되거나 상응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동반성장지수 구조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제조업기준)’와 ‘동반성장 종합평가’ 로 나눌 수 있다.
<동반성장지수의 기본 구조>
구분 |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제조업기준) | 동반성장 종합평가 | |
대상 | 대기업 | 1·2차 중소기업, 대기업 | |
주체 | 공정거래위원회 | 동반성장위원회 | |
방식 | 대기업별 실적 평가(정량) | 중소기업 설문조사(정성), 대기업별 실적평가(정량) | |
평가 시기 | 매년 1회(1∼5월) | 매년 1회(1~5월) | |
주요 평가 항목 | 1. 계약의 공정성(46.5점) · 계약 체결과정의 공정성 · 서면계약내용의 충실성·공정성 · 계약 이행과정의 공정성·정당성
2. 법위반 예방 및 법준수 노력(18.5점) · 법위반 사전예방 시스템 구축 · 법위반 사후감시 시스템 구축
3. 상생협력 지원(35점) · 금융(자금)지원, 기술지원 및 보호 · 인력·채용 지원, 효율성 증대 정도 · 1-2차 협력사간 상생협력 지원 · 협력사 대상 매입액의 적극적 조정 실적 | 협력사 체감도 조사 : 70점
1. 거래관계(30점) · 공정거래((구두발주, 거래제한,기술탈취 등), 거래조건의 공정.적정성(납품단가 결정, 결제기간 등)
2. 협력관계(45점) · 자금, 연구개발, 생산, 판로, 경영복지, 인력 개발 분야에 대한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3. 동반성장 체제(25점) · 대기업의 인식 및 비전공유, 추진체계, 환경조성 등
※ ( )는 100점 만점 기준 | |
(가점) CCM인증,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대한 지원, 경영직·간접 지원, 청년일자리 창출 지원, 금형 계약서 사용, 산업안전 예방활동 지원
(감점) 법위반에 따른 시정조치, 하도급거래 과정에서의 임직원의 법규위반행위 | 대기업 실적평가 : 30점 공평한 성과의 배분, 인력개발 및 교류, 판로지원, 생산성 향상지원, 투명한 결제시스템 운영,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
(감점) 적합업종 불이행, 동반성장에 반하는 법위반 행위 시 등 |
<출처: https://www.winwingrowth.or.kr/03_business_01_01_03.do>
위의 표와 공정거래CP를 비교하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동반성장/상생협력 활동이 공정거래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의미(또는 통제수단으로서)에서 공정거래CP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공정거래CP는 우선적으로 공정거래관련법 준수를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관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의 범위를 제약하고 있지 않다.
다만, CP활동을 단순히 공정거래CP 기준(8대 요소 및 세부평가지표 내용)에 맞추는 것은 CP의 좁은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상생협력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도급법 준수는 최소한의 CP활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관련 정책이 목표하는 협력사와 바람직한 관계형성을 위해서는 보다 넓은 의미의 CP활동이 요구된다.
다시 CP체계 구축에 주목해보자. 여기서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제조업기준)’의 2.법위반 예방 및 법준수 노력’ 과 ‘동반성장 종합평가’의 3. 동반성장 체제가 CP체계 구축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다만, 전사 CP체계는 전사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하는 만큼 동반성장 모델 또는 공정거래CP에서 말하는 시스템 및 체제로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CP가 보다 CP체계 구축을 표방한만큼 먼저 공정거래CP를 구축하여 그 안에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동반성장 모델이 말하는 체제는 충분히 충족될 것이다.
Point. 동반성장/상생협력을 담당하는 부서가 CP업무전담부서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CP담당부서는 이론적으로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CP업무담당부서가 CP업무’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CP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도록 알맞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CP운영의 효과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더이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도입을 미룰 수 없어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관련 기준들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러 분야 – 공정거래, 환경, 개인정보 등 – 에서의 국제리스크 점차 높아짐과 동시에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 또한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에겐 다른 해외 기준을 참고하기 보다 먼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CP를 도입/운영 하여 점차 전사 CP체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특히 우수한 동반성장/상생협력 모델을 갖춘 기업의 경우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의 여러 ‘리스크 대응’ 활동들을 공정거래CP체계 안에 녹여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